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여행 일정 3박 4일을 소개합니다.
이번 여행은 50대 부부가 함께한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와 영국 남부 자유여행 10박 11일 일정(2024년 8월 29일 ~ 9월 8일)중에
첫 번째 목적지였던 에든버러에서의 3박 4일 일정입니다.
Day 1 – 도시와의 첫 만남,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도착

에든버러에 도착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이 도시는 진짜 시간 여행 같다”는 거였다.
고딕 양식의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구시가지, 언덕 위에 우뚝 선 에든버러 성, 그리고 돌길을 밟을 때마다 들려오는 거리의 연주까지—모든 게 마치 오래된 소설 속 한 장면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무겁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중세와 현대가 자연스럽게 뒤섞여 있었고, 사람들은 그 분위기를 억지로 연출하려 하기보다 그냥 일상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에든버러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살아있는 도시’라는 느낌이 강했다.
역사와 문화가 박물관 안에 갇혀 있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숨 쉬고 있다는 것. 그게 가장 인상 깊었다.
Day 2 – 에든버러 성 입장 실패
다음 날 아침, 에든버러 성으로 향했다. 계획은 단순했다. 캐슬과 로열 마일만 구경하자. 칼튼 힐은 경사가 심해 보여 일찌감치 포기했다.
하지만 입구에 도착하니, 오늘 표는 이미 매진. 미리 예매할 생각을 못 한 걸 그제야 후회했다.
다행히 현장에서 전화기로 내일 티켓을 예약하고 나서야 마음이 놓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처럼 표를 구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에든버러 성은 온라인으로 미리 예약하는 걸 강력 추천!

아쉬운 마음을 안고 로열마일을 내려오며 구경했다. 로열 마일은 그 자체로 한 편의 퍼레이드 같았다. 길거리에는 전통 복장을 입은 연주자가 파이프를 불고 있었고, 멀리서 들려오는 그 소리는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기분을 줬다. 거리 양옆으로는 스코틀랜드 역사 속 인물들의 동상들과 건물들이 줄지어 있었고, 그 틈에서 만난 작은 상점들은 스카치 위스키를 시음하게 해주거나, 화려한 색감의 모직 스카프를 팔고 있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체크무늬 원단과 사람들의 웃음소리, 어딘가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기사나 마녀 이야기까지—로열 마일은 단순한 거리라기보다, 살아있는 이야기 속을 걷는 기분이었다.
로열마일을 다 내려와 스코틀랜드 국립박물관(National Museum of Scotland)에 들렀다. 입장료는 무료였고, 외관은 웅장했지만 내부는 더 인상적이었다. 고대 스코틀랜드 역사부터 자연사, 디자인, 과학기술까지 전시 범위가 넓고 깊었다. 넓은 실내 덕분에 조용히,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천장이 높은 중앙 홀은 압도적인 아름다움이 있었다. 뜻밖의 발견이자 꽤 만족스러운 대안이었다.

그리고 웰링턴 커피에 들렀다.
커피 한 잔과 스콘을 시켜 작은 야외 테이블에 앉았는데, 그 조합이 뜻밖의 위로가 됐다.
클로티드 크림과 딸기잼을 곁들인 따끈한 스콘—생각보다 훨씬 맛있었다.
미국에서 먹었던 딱딱한 스콘은 잊어도 좋을 만큼, 이곳 스콘은 매일 아침 구워서 그런지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점원이 크림과 잼을 스콘 안에 넣어줄까 묻길래 무심코 ‘예스’ 했던 게 조금 아쉬웠다.
옆 테이블 현지인들처럼 따로 받아서 듬뿍 발라 먹는 편이 훨씬 나아 보였다.
그날 이후 나는 집에 돌아와 스콘 레시피를 찾아 굽고 있다. 그 맛이 자꾸 생각나서.
Day 3 – 캐슬 속으로, 그리고 해리포터의 그림자
다음 날, 다시 캐슬로 향했다.
전날보다 몸이 무거워 호텔에서 걸어서 25분 거리지만, 우버를 탔다. 하지만 성 근처는 차량 통행이 제한돼 결국 멀찍이 내려야 했다.
결과적으로는 걷는 것과 별 차이 없었다.
그래도 에든버러 성은 기대 이상이었다.
천천히 둘러보며 마치 역사 속 인물이 된 기분.
거친 돌담과 고요한 풍경이 그 시절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에든버러 성은 도시를 내려다보는 언덕 꼭대기에 자리잡고 있다. 단지 멋진 풍경을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그 자리에 지어졌다는 게 느껴졌다. 천연의 절벽 위, 요새로서 완벽한 위치. 실제로 수세기 동안 수많은 전쟁과 포위를 견뎌냈고, 스코틀랜드 왕실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성 안을 걷다 보면 메리 여왕이 출산한 방, 잉글랜드와의 전투 흔적, 국가 보물인 스톤 오브 스콘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구경할 땐 꼭 여유 있게 시간을 잡고, 오디오 가이드를 활용하면 좋다. 작은 방 하나하나에도 이야기가 숨어 있어서 그냥 지나치기엔 아깝다. 그리고 무엇보다—정상에서 바라보는 에든버러 전경은, 이 성이 왜 여기 있어야 했는지를 단번에 설명해준다.
캐슬에서 내려와 로열 마일을 걷다 엘리펀트 카페에 들렀다.
조앤 롤링이 해리포터를 쓰던 곳이라는 설명을 듣고, 갑자기 현실과 소설이 묘하게 겹쳐졌다.
에든버러는 해리포터의 탄생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앤 롤링은 이 도시에서 첫 소설을 집필했고, 로열 마일 주변 곳곳엔 그 흔적이 남아 있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바로 엘리펀트 하우스 카페 이곳 창가에 앉아 해리포터 1권을 썼다고 전해진다. 비록 화재로 인해 본점은 보수 중이지만, 임시 매장은 근처에서 영업 중이라 나도 일부러 찾아갔다. 아쉽게도 원래 장소 안에는 들어갈 수 없었지만, 간판만으로도 팬이라면 충분히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근처 그레이프라이어스 커크 묘지엔 ‘톰 리들(Tom Riddle)’을 비롯해 익숙한 이름의 묘비가 실제로 존재해 팬들이 일부러 찾기도 한다. 캐슬로 올라오던 길에 지나쳤던 좁은 골목길, 습기 어린 돌담과 구불구불한 형태—그 모습은 소설 속 다이애건 앨리와 꼭 닮아 있었다. 실제로 빅토리아 스트리트는 다이애건 앨리의 모델로 유명한 거리로, 컬러풀한 상점들이 마법 상점 거리의 분위기를 제대로 낸다. 에든버러 전체가 마치 마법세계의 현실 버전처럼 느껴지기에, 해리포터 팬이라면 반드시 로열 마일을 천천히 걸어볼 것을 추천한다.
Day 4 –걷고, 쉬고, 바라본 3박 4일
여행의 마지막 날, 또 한 번의 헛탕이었다. 리뷰 보고 찾아간 음식점은 하필 휴무. 다리가 아팠다. 에든버러는 참 묘한 도시다. 차를 타기엔 애매하게 작고, 걷기엔 꽤 크다. 그만큼 다리가 고생한다. 다음에 올 사람들에게 한 가지 조언이 있다면—무조건 운동화 신으시길.
계획대로 되지 않은 순간들도 많았지만, 그것도 여행의 일부였다. 아쉬움을 안고 에든버러를 떠나 런던으로 향했다. 마치 현실에서 살짝 떨어져 있던 시간.
50대 부부가 오롯이 ‘우리의 속도’대로 보낸 3박 4일이었다. 가고 싶은 곳에 가고, 다리가 아프면 멈춰 서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사람들을 구경했다. 특별한 목적 없이 걷고, 쉬고, 바라보며 흘러간 시간. 그렇게 우리는 익숙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조금 느린 걸음으로 낯선 도시를 살았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3박 4일 일정 요약
Day | 주요 활동 | 식사 & 카페 |
Day 1 (금) | 도착, 호텔 체크인, 시내 산책 | Dishoom 인도식당, Black Sheep Coffee |
Day 2 (토) | 에든버러 성 도전 → 실패, 로열 마일→스코틀랜드 국립박물관 | Edinburgh Larder,스코틀랜드 국립박물관, Wellington Coffee |
Day 3 (일) | 성 투어, 로열 마일 골목길, 작가의 흔적 | Black Medicine Coffee, Ikigai Ramen |
Day 4 (월) | 이동 준비, 느긋한 출발 | 호텔 조식 후 체크아웃 |
에든버러는 걸을수록 매력적인 도시였습니다. 짧지만 알차게 보낸 3박 4일 일정이 누군가의 여행 계획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다음 편에서는 해리포터 팬이라면 꼭 가봐야 할 명소와 에든버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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